
내년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주 자치구들이 유사시 사용할 수 있도록 비축해 둔 기금인 '재정안정화계정'의 사용 한도를 늘리려다 의회의 제지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미 사용 한도까지 끌어다 쓴 자치구도 확인되면서, 과거 국민권익위가 경고한 '지방선거를 앞둔 지자체들의 비축 기금 적극 집행 경향'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3일 광주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자치구들은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에 따라 재정안정화계정(기금)을 설치·운용하고 있다. 재정안정화계정은 회계연도간 수입 불균형을 조절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금으로 세입 감소나 예상치 못한 재정 위기에 대비해 적립된 일정 자금으로 구성된다.
대부분의 자치구는 사용 기준의 불명확성이나 과도한 지출을 막기 위해 관련 조례로 재정안정화계정의 사용 상한선을 두고 있다. 상한선은 서구·북구 70%, 남구 90%, 동구·광산구 무제한으로 적립 규모는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동구 36억원, 서구 91억원, 남구 32억원, 북구 64억원, 광산구 8억원이다.
이 중 일부 자치구가 기금 사용 한도를 늘리기 위한 조례 개정을 시도했다가 의회로부터 반려·부결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적극적인 집행을 우려한 국민권익위 권고와 상반된 움직임이 드러났다.
북구는 지난 8월 ‘광주 북구 기금관리 및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설치에 관한 일부개정 조례안’을 의회에 제출해 재정안정화계정 사용 한도를 현행 70%에서 90%로 높이려 했으나 반려됐다.
세입 기반 약화에도 취약계층 지원, 자연재난·재해 대응 등 필수 지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취지였지만, 의회는 효율적 운용을 위한 여유 재원 확보, 목적·필요성·사용처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타당성 분석이 부족하다며 조례안을 반려했다.
서구도 같은 시기 북구와 동일한 내용의 90% 상향을 요구했지만, 의회는 "적립금 과다 지출 우려와 적립금 사용 이후 시급한 재정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재정위기 대응이 어렵다"며 조례 개정안을 부결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정안정화계정을 사용 한도까지 소진한 자치구도 있다. 북구는 작년 기준 비축해 둔 기금 64억여원 중 사용 한도 70%에 해당하는 45억여원을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기금을 90%까지 사용할 수 있는 남구도 한도에 가까운 29억여원을 일반회계로 전출했다.
반면 서구는 전체 기금 중 절반가량인 47억여원이 남아 있으며, 동구·광산구는 집행액이 없다.
국민권익위는 2023년 전국 243개 지자체에 지방재정안정화계정 남용 가능성을 경고하며 일부 지자체가 상한 기준 없이 90~100%까지 사용하는 등 남용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장들이 임기 내 재정안정화계정을 적극 집행하려는 경향이 강화될 수 있다며 선심성 사업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기금 사용 한도 완화 시도와 반대로 기금을 보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동구는 집행부가 나서 현행 무제한인 사용 한도를 80%로 낮추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며 서구·북구와는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구 관계자는 "국민권익위 권고와 현행 동구 조례를 종합한 결과 기금 사용 기준이 지나치게 완화돼 있다고 판단했다"며 "기금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 한도를 조정하기로 했다. 투명한 기금 사용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광주지역 한 자치구 의원은 "재정안정화계정의 재원은 전년도 회계 기준 잉여금과 이자 수익이 사실상 전부다. 사용 한도까지 끌어다 쓴다는 것은 지방재정이 위기 상황에 가깝다는 뜻"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잉여금을 어떻게 남겨 기금으로 적립할 수 있겠는가. 급한 불을 끄는 방법은 추경 등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고, 사용 한도를 상시적으로 완화하는 시도는 지방재정을 오히려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호남일보 인터넷신문 관리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