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일보 관리자 기자 |
지난달 17일 426㎜ 괴물 폭우 당시 광주 북구 신안동 일대 침수 피해를 키웠다며 일명 '물그릇'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서방천 홍수방어벽의 효능감이 또다시 주민들의 입에 올랐다.
당시 폭우로 홍수방어벽 일부가 유실돼 물길이 트이면서 이번 196㎜ 폭우에는 침수 피해가 확연히 줄었다는 주민들의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홍수방어벽을 세운 광주시는 "강수량의 절대적인 차이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4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폭우로 광주 북구 신안동 서암대로 100번길 주변에 설치된 투명홍수방어벽(홍수방어벽) 일부 구간이 유실됐다.
도심으로부터 흘러 들어온 빗물이 저지대인 서암대로 100번길로 고이고, 동시에 불어난 서방천에 급류 구간이 깎여나가 빗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홍수방어벽 설치 구간이 무너져 유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광주시는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광주 북구 신안동 신안교부터 임동 광주천 합류부까지 1.14㎞구간에서 서방천 개수사업을 진행했다. 사업에는 국·시비를 포함 129억9900만원(국비 4억원·시비 125억9900만원)이 투입됐다.
시는 사업 과정에서 주변 서방천과 맞닿는 서암대로 100번길 250m 구간에 1.5m 높이 투명홍수방어벽을 설치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 구조물이 폭우 속 '물그릇' 역할을 자초했다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주민들은 지난달 17일 폭우 과정에서 시가 사업 과정에서 세웠던 홍수방어벽이 "도심에서 흘러들어온 빗물을 가두는 역할을 해 침수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한다.
통상 폭우 과정에서는 빗물이 신안교 주변에서 바로 서방천으로 빠지기 마련이지만, 공사 이후에는 빗물이 홍수방어벽을 따라 서암대로 100번길을 타고 저지대인 마을로 고여버렸다고 설명한다.
홍수방어벽에는 고인 빗물이 빠질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배수구가 있지만 고작 4개 뿐이고 이마저도 폭이 좁은 데다 부유물에 막히기 쉬운 구조다.
결국 서방천 건너편 마을을 잇는 보행교 주변과 홍수방어벽 일대가 고인 빗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고도 했다.
주민들은 전날 내린 폭우 과정에서는 홍수방어벽이 유실된 탓에 침수 피해가 덜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홍수방어벽이 무너진 구간에는 출입을 통제하는 차단선만 설치된 상태다.
이번 폭우 때도 침수 피해가 생길 정도로 비가 많이 왔지만, 빗물이 대체로 무너진 홍수방어벽 너머로 빠져나가면서 보름 전과 같은 큰 피해는 면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주민 A씨는 "전날 밤 집 2층 베란다에서 동네 상황을 바라보는데 서암대로 100번길을 따라 모여든 빗물이 대부분 무너진 홍수방어벽 너머로 빠져나갔다. 서방천은 넘치지도 않았고 침수는 발목 정도에 그쳤다"며 "홍수 막으라고 세운 벽의 용도는 고작 그 정도였다. 효능감이 전혀 없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주민도 "물그릇이 부서지니 빗물이 고이지 않고 새어 나간 것이 아니냐"고 잘라 말하며 시의 사업 결과를 꼬집었다.
홍수방어벽을 시공한 광주시 종합건설본부(종건)는 홍수방어벽의 용도에 신중한 입장이다.
종건 관계자는 "전날 내린 비의 양은 보름 전 내린 비의 양과 비교해 두 배 가량 절대적으로 차이가 난다. 당장 같은 상황으로 놓고 비교해서는 안 된다"며 "마을의 항구적 침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방천의 유속, 도심에서 흘러 들어오는 물의 양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홍수방어벽으로 수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신안동 주민들은 대책위를 꾸려 광주시와 북구를 상대로 민사소송과 형사고발 절차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오전 출입기자 차담회를 열어 홍수방어벽에 대해 종합검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