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대표 사적지인 옛광주교도소(사적지 22호) 일대에 기획재정부가 추진 중이던 주거단지 개발 사업에 대해 정부가 광주시에 처음으로 사업 속행에 대한 난색을 표했다.
지역사회 오랜 반대여론에 부딪혀 사업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지역공약으로 반영됐던 옛광주교도소 부지 내 민주인권기념파크(가칭) 조성 가능성이 높아졌다.
10일 광주시와 광주 북구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28일 기재부에 옛광주교도소 부지를 대상으로 계획된 기재부의 국유재산 선도사업 제외를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같은달 4일 기재부 출장 결과 긍정적인 해석 결과를 갖고 돌아온 데 따른 후속 절차다.
당시 기재부는 광주시에 '사업에 대한 인·허가권을 가진 시에서 개발 취소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이를 선도사업 제외를 뜻하는 긍정적 의사 표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5·18 사적지 22호인 옛광주교도소 부지(8만7000여㎡)는 1980년 5·18 당시 3공수여단과 20사단 등 광주 시민들을 진압하러 온 계엄군이 주둔한 곳이다.
3공수는 1980년 5월21일 전남대 정문에서 진행된 시위 과정에서 학생과 시민들을 무력 진압, 오후 4시께 광주교도소로 주둔지를 옮기며 시민 120~150여 명을 지붕이 있는 트럭 수 대에 태워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짐칸에 최루탄을 던져넣어 시민 일부가 질식해 숨졌고 '시신을 암매장했다'는 계엄군의 증언도 나오면서 3공수의 교도소 내 암매장 의혹이 크게 불거졌다.
20사단은 5월24일 정오께 송정리 비행장으로 철수하는 3공수여단과 교대해 5월 27일 새벽까지 교도소에 주둔했다. 5·18 당시 광주교도소 교도관들이 기록한 '광주 사태 시 소요 체포자 치료현황' 문건에는 20사단 주둔 과정에서도 부상자가 속출했다는 기록과 증언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만행들이 저질러졌는지는 공식 파악된 바가 없다.
이같은 역사적인 내용들로 미뤄봐 해당 부지 보존·활용 필요성이 대두됐으나 교도소가 북구 일곡동으로 이전한 2010년 이후 부지 활용이 답보상태에 놓였다.
2019년 기재부의 국유재산 선도사업 부지로 선정, 부지 80%를 개발하고 20%를 공원으로 지어 보존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지역사회 반발이 거셌다.
이에 문재인·윤석열 정권이 옛광주교도소 부지에 민주인권기념파크를 조성하겠다는 지역공약을 내건 바 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소재지인 광주 북구도 훗날 옛광주교도소 부지가 선도사업에서 제외됐을 경우를 대비한 복안을 마련해두고 있다. 민주인권파크에서 나아가 세부적인 5·18메모리얼파크 건립 내용이다.
기재부는 현재 국유재산 선도사업으로 옛광주교도소 부지 등 총 16곳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정상 추진 중인 곳은 4곳에 불과하고 12곳에서는 주민 반발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정상 추진중인 곳은 수도권 주거단지 공급 사업 뿐이고 주민 마찰을 겪는 곳은 대다수가 지방이다. 북구는 국유지 활용계획을 수립할 경우 지자체 도시계획과의 정합성을 따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 옛광주교도소 부지에는 5·18메모리얼파크와 같은 기념시설을 유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북구의 5·18메모리얼파크 복안은 체험·정주·교육 공간을 중심으로 한 기념공간 조성 사업이다. 뉴욕의 그라운드제로, 독일 아우슈비츠 추모공원 등에서 착안했다. 5·18역사관을 필두로 민주화 테마관, 한강 문학관, 김대중 역사관 등을 구상하고 있다.
북구 관계자는 "5·18메모리얼파크에 파리 개선문의 '꺼지지 않는 불꽃'과 같은 상징물을 조성, 5·18의 역사성을 살리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며 "하루빨리 선도사업에서 제외돼 옛광주교도소가 광주의 역사성을 살릴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광주시 관계자는 "수년째 표류중이던 기재부 선도사업이 정권이 바뀌면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맞는 것으로 보인다. 확정적인 것은 아닌 상황"이라며 "민주인권파크 사업은 행정안전부 사업이다. 해당 사업계획이 구체화된것은 아니기에 향후 기재부·행안부 사이 협의된 공문을 회신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호남일보 관리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