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2 (화)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사회

'수리관리원 고령화' 농경지 침수 속수무책

물폭탄 재해 앞 구멍 난 수리시설 관리 체계

농촌 고령화… 농어촌공사·지자체 협업 절실

최명수 도의원 "구조적 취약 대안 마련 시급"

호남일보 관리자 기자 |

광주·전남 지역에 최근 200년 만의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쏟아져 농경지가 침수된 가운데 배수펌프장·수문 등 농업 기반 시설 가동을 담당하는 한국농어촌공사 수리시설 관리인들의 고령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21일 나주 지역 농업인들에 따르면 농촌 수리시설 관리원 상당수가 급속히 고령화되면서 홍수 등 재해 위기 시 기민한 대응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물 폭탄이 쏟아진 지난 17~18일 일부 지역에선 농업인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농경지 침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나주 지역에는 16일 자정부터 18일 새벽(오전) 5시까지 쏟아진 누적 강수량은 무려 445㎜에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17일 기준 92㎜에 달한 만큼 강한 비가 쏟아졌다.

이는 해당 지역에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강수량도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틀간의 폭우로 인해 도로 침수, 하천 범람, 농경지 유실 등 피해 신고가 96건에 달했고 특히 영산강 중류를 흐르는 모든 수계에는 홍

수주의보에 이어 홍수경보가 발령되는 심각한 상황까지 치달았다.

다양한 재해가 발생한 가운데 18일 오후 1시 기준 잠정 집계된 나주 지역 농경지 침수 피해 면적은 1034.6㏊에 달했다.

이 중에서도 벼 수도작 농경지가 밀집한 동강면 일대 들녘은 제때 수문을 가동하지 못해 인근 하천물이 농수로를 따라 역류하면서 논이 침수되는 피해 사례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농민들은 "수리관리원이 고령이라 새벽에는 연락조차 닿지 않았고, 평소에도 운전이 서툴러 이동 중 차량이 진흙탕에 빠지면 오히려 주민들이 구조에 나서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자동화된 수문 등 배전반 조작에도 서툴러 사실상 관리인이 없는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농어촌 수리시설을 관리하는 인력 대부분은 70대~80대 고령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민첩한 대응이 요구되는 기상이변 상황에선 대응력이 턱없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관리 구조인 것이다.

여기에 수리시설 관리인이 고령으로 은퇴 이후 관리 책임이 불명확해 멀쩡한 간이 배수펌프장을 두고도 가동이 지연돼 농경지가 침수되는 피해 사례도 나왔다.

나주시 이창동 대기마을의 한 주민은 "기존 수리관리원이 고령으로 그만둔 뒤 인수인계도 없이 시설이 방치됐고, 침수 위기에 농어촌공사에 간이 배수펌프장 가동을 요청했지만 '공사 관리 시설이 아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황당해했다.

이창동 대기리 들녘은 17일 폭우에 우왕좌왕하다가 마을 주민 A씨가 가까스로 18일 오전에 간이 배수펌프장을 가동했으나 농경지와 시설하우스는 이미 침수된 이후였다.

이 펌프장은 지난 2011년 당시 주민 숙원사업으로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농어촌공사가 설치했다. 하지만 '시설 가동은 마을 주민이 한다'는 전제조건을 담은 협약서에 따라 수리시설 관리 권한을 마을로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공사는 해당 간이 배수펌프장을 관리 자산에 등록하지 않았고 이런 시설이 존재하는지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문제는 시설 준공 이후 10여 년간 마을에서 배수펌프장을 자체 관리해 왔으나 4~5년 전부터 고령의 관리인이 손을 뗀 뒤로는 관리 체계가 붕괴됐다. 이로 인해 최근 폭우에 우왕좌왕하다 하루 지나 배수시설을 가동하는 바람에 시설하우스 등 농경지 침수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농민들은 "그동안 공사에서 배수펌프장 전기요금은 납부하고 있으나 시설 가동 요령 등에 대한 교육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늦었지만 시설 관리 교육 등에 대한 협약 내용을 이행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농어촌공사 측도 수리시설 관리원의 고령화로 인해 인력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관리인 은퇴 이후 고령화된 농촌에서 기민하게 움직여 줄 대체 인력을 확보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공사 나주지사 관계자는 "현장 관리 인력 대신 일부 시설은 원격제어 시스템을 적용해 재해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원격제어 시설을 확대 적용하려면 예산 확보가 필수라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최근 수리시설 관리원 고령화가 발단이 된 농경지 침수에 대해 최명수 전남도의회 안전건설소방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농경지 침수 문제는 단순한 일시적 사고가 아닌 기후 위기 시대에 더욱 빈번해질 수 있는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는 만큼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는 농촌 지역 수리시설 관리원들에게 반복되는 집중호우나 재해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라는 것은 무리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나주시도 농어촌공사와 수리시설 관리 협업 체계 구축을 비롯해 원격제어 시스템 확대, 청년 인력 투입 등 전면적인 대응이 시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침수 피해 농업인들은 "농업 기반 수리시설을 일시에 스마트 원격제어 시설로 대체할 수 없다면 '농촌 방재 시스템의 세대교체'가 시급한 만큼 청년층 유입을 위해 관리원 수당을 현실화하고, 풍수해 위험 시기만이라도 군복무 대체 공익근무 요원 투입 등을 고려해 주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