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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재난' 보상 농가, 가을 '농업재해' 지원 제외

재난 및 재해 정부 지원 작기당 1회 지원 원칙

특별재난농가 '벼 깨씨무늬병' 피해 신청 제외

농민들 "자연재난, 농업재해 명확히 구분" 성토

전국의 황금빛 들녘에서 가을 벼 수확이 한창인 가운데 올해 유독 확산한 '벼 깨씨무늬병' 때문에 농촌 현장은 분위기가 침울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4일 농업재해대책심의위원회 심의 결과 올해 이상고온 등으로 발생한 '벼 깨씨무늬병'을 농업재해로 공식 인정하고 전국적으로 피해 조사에 착수했으나 현장에선 혼란과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어서다.

가장 큰 반발은 여름철 자연재난으로 일부 보상을 받은 농가들은 가을 들어 깨씨무늬병 창궐로 수확량 감소가 발생했으나 피해 신청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26일 최명수 전남도의원(나주·2)과 농업단체들에 따르면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여름철 태풍 피해로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돼 농약대 등 복구비를 지원받았다는 이유로, 가을철 벼 병해 피해에 대해선 농업재해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나주 반남면에서 40년 넘게 벼농사를 지은 A씨는 "지난 7월에 논이 침수돼 피해 보상을 받았는데, 지금은 벼 포기마다 깨씨무늬병이 번져 수확을 포기할 지경"이라며 "이건 명백히 다른 피해인데도 행정에서는 신청조차 안 된다며 막아버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벼 깨씨무늬병은 고온다습한 날씨에 고온성 곰팡이균에 의해 발병하는 대표적인 가을철 병해로 벼 수확량 감소와 품질 저하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반남면 일대에서는 9월부터 병 증상이 확산하며 지역 농가들의 피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농정 당국에서는 여름에 재난 복구비를 받은 이력이 있으면 같은 작물에 대해선 추가로 농업재해 신청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재난이나 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본 경우 농약대 등의 지원은 연간 한 작기(한 해 중 작물을 심고 거두는 시기)당 1회 지원이 원칙이라는 지침에서다.

이 때문에 벼 병해 피해 농가들이 '피해 조사 확인서' 접수를 위해 지자체에 문의하면 '중복 지원'이 된다는 점에서 신청서 접수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단체들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농식품부는 자연재난과 병해충 등 농업재해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발생 원인과 시기가 다르면 별도의 피해로 인정해 각각 보상하는 체계를 두고 있기 때문에 여름철 농경지 침수나 태풍 피해와 가을철 병해는 원인도 시기도 명백히 다른 만큼 독립적인 재해로 보고 각각 지원해야 한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자연재해 피해 보상을 받지 않은 농가들의 경우 수확량 감소 피해 증빙 자료를 오는 31일까지 쫒기듯 제출해야 하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확량 감소 증빙은 농협RPC(미곡종합처리장) 수매 실적 등 피해 농지의 수확량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 농가는 피해 조사 결정 전에 이미 수확을 마쳤거나 병해가 발생한 논의 벼가 정상 벼와 뒤섞이는 바람에 피해율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농촌 현장에서는 각 농가에서 90% 이상 가입한 '농작물 재해보험'을 운영하는 NH농협손해보험이 11월 중순께 최종 확정하는 피해율 산정 조사 자료를 농식품부가 활용하길 바라고 있다.

고령의 농업인 비율이 높은 농촌에서 가을 수확기 일손 부족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까다로운 피해율 산정 증빙 자료까지 직접 제출하라는 것은 사실상 피해 신청 접수를 포기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최명수 도의원은 "여름 폭우 피해와 가을 병해 피해는 발생 원인과 시기가 명백히 다른데도 한 작기당 1회 지원은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행정 편의적 조치이고, 피해 증빙 절차도 고령 농업인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복잡하다"며 "정부는 농협손해보험의 재해보험 조사자료 등 공신력 있는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농가의 행정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식품부가 올해 가을 농업재해로 인정한 '벼 깨씨무늬병'은 피해율에 따라 농가 차등 지원이 이뤄진다.

병해 발생 면적이 전체의 30% 이상 80% 미만은 '농약대'를 ㏊당 82만원 지원하며, 피해율 80% 이상이면 '대파대'(다시 심기 지원금)를 ㏊당 372만원 지급한다.

벼 깨씨무늬병은 매년 발생하고 있고 농가가 선택한 품종·시비·방제 등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2024년 벼멸구, 2021년 이삭도열병 사례를 감안해 30% 이상 피해만 지원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간접 지원으로는 생계비, 농업경영자금 상환 연기, 이자 감면 등 금융 지원이 이뤄진다. 생계비는 피해율 50% 이상인 경우 가구원 수에 따라 2인 가구 121만원, 3인 가구 154만원 한도로 지급한다.

 

 

호남일보 인터넷신문 관리자 기자 |